본문 바로가기

시간쓰는 이야기

롯데호텔 서울 체크인/모모야마 이용기

플라자 호텔에서의 런치를 마치고, 롯데호텔에 체크인을 하러 가야 하는데, 체크인 시간을 착각하고 있어서, 시간이 붕 떠버렸다. 물론 먼저 가서 얼리 체크인 문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주변 일대를 돌아다니기로 결정. 문득 신발이 해진 것과 입을 옷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명동 일대 몇 군데를 들리면서 뽐뿌만 잔뜩 받아왔다는. 그리고 체크인.


체크인이 붐빌까 생각했는데, 정말로 지방으로 다 인파가 빠졌는지, 체크인 카운터도 한가했다. 외국인 여행객도 딱히 많아 보이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층수는 저번보다 한참 낮은 10 층 ㅠ 뭔가 다음에는 롯데호텔 통해서 직접 예약해봐야겠다. 뭔가 달라질진 모르겠지마는...


사실 작년에 들렀던 그 롯데호텔이기 때문에, 딱히 신기할 것도 없고 다를 것도 없었다. 뭔가 옛스러운 전화기와 저 온도조절장치(?)의 신문물 스러움이 왠지 특이한 그 느낌. 하얗고 푹신한 침구류. 다만 아쉬웠던 건, 역시 층수랄까. 저번에 본 그 뷰인데, 그때는 웨스틴 조선이 저렇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았는데, 층수때문인지 웨스틴 조선이 새삼 대단하게 보이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객실에서 시간을 이래저래 때우고, 편한 복장으로 롯데호텔 38층에 위치한 모모야마로 이동. 번화가에서 가방도 없이 편한 복장으로 돌아다닌다는 게 항상 일상에서 느끼는 일탈? 욕망? 과 같은데, 작은 가방도 없이, 이렇게 이동하니 뭔가 뿌듯한 기분. 모모야마는 38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오른쪽에는 무궁화.


저녁이라 그런지, 살짝 어둑어둑하지만, 조명이 돋보여서 괜찮은 분위기였다. 역시 런치보다는 디너인가. 메뉴는 주말 특선 코스라는 "연" 코스를 주문했다. 중식은 코스 주문하려면 2인 이상이어야 하는데, 일식은 그런 제한이 없어서 넘나 좋다.



모모야마의 테마색은 녹색인지, 냅킨이 녹색 톤인게 독특했다. 요리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창가쪽으로는 불이 켜진 남산타워가 보여 분위기가 더욱 더 업. 창가 자리는 아니어서, 사진은 제대로 못 찍었던 게 살짝 아쉬운. 다음번에는 창가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한 번 해보는 것으로..



코스의 첫번째 메뉴. 서버분이 설명을 하고 가셨지만, 지금은 각각 뭐였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입맛을 돋우는 게 충분한 요리들이었다. 두부는 말할 것도 없고, 놀랐던 건 저 아래쪽에 있는 문어였다. 문어라고 하면 그냥 평소에 기억에 남는 식감이 있어서, 그냥 그런 거겠거니 했는데, 입안에 넣으니 녹아버리는.. 정말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조금 감질나서, 이걸로만 메뉴가 구성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매번 애피타이저 먹을 때마다 드는 무의미한 생각.  할 새도 없이, 다 먹어버렸다. 늦은 저녁이기도 하고, 너무 맛있어서 금방 먹어버렸더니, 서버분께서 드시는 속도가 빠르시다고 다음 코스를 빨리 준비해드리면 되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빨리 먹어버린 터라, 그냥 정상속도로 서빙해달라고 요청하고 다음 코스를 기다림.



다음은 모둠회. 지난 겨울, 롯데호텔 제주 모모야마에서는 저 얼음이 크게 붙어있는? 그런 판 위에 올려나왔는데, 여기는 요렇게 나왔다. 먹는 순서는 흰살부터 해서 마지막에는 단새우로 끝내면 된다고. 회알못이라 이제야 먹는 순서를 배웠어요! 처음으로 오징어를 집어먹었는데, 이것도 먹다가 또 놀람. 오징어도 알고 있는 그 회의 식감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쫀득쫀득하면서도 뭔가 입속에 걸쳐지는 걸쭉함? 같은 게 있어서 자꾸만 씹게되는 그런 맛이었다. 왜 평소에 오징어회 먹을 때에는 그런 식감을 못 느낀 걸까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썰어내는 방식인지 아니면 숙성 차이인지? 아무튼 오징어! 하면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확 바뀌었다. 참치는 알고 있던 데로 맛있고 단새우도 마이쪙.



다음은 바닷가재 조림. 개인적으로 조림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나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조림 = 짠 거 로 박혀있어서 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간이 적당했다. 롯데호텔 쪽 식음료업장은 간이 나랑 잘 맞는 게 아닐까 싶음. 너무 밍밍하지도 않고, 너무 짜지도 않은 그런 맛. 아무튼 먹을만한 부위가 3등분으로 해서 나온다. 랍스터를 이렇게 큰 덩이를 먹다니 하면서 입안에 넣었더니, 식감이 약간 우둑우둑한 느낌이었다. 구이로만 해서 연한 걸 먹다가 이렇게 또 새로운 식감을 알게 된다. 




다음 메뉴 한우 등심 구이였던듯. 대파가 저렇게 크게 들어가 있어서 처음엔, 으잉 했으나, 구운 대파의 풍미가 저런 건지 몰랐다. 구운 대파랑 고기랑 너무 잘 어우러져서 진짜 진짜 맛있게 먹은듯. 그냥 맛있었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남. 진짜 맛있었나봄 ㅋㅋㅋ 굽기도 적당하고, 대파 향은 너무 좋고. 진짜 인간이 불을 발견한 건 신의 하수야.. 암...



다음이 바로 스시 세트로, 다섯 피스가 나왔다. 맛이 있기는 했는데, 밥뭉침이 조금 아쉬웠던 느낌이었다. 까딱 잘못하면 밥이 풀어질까 우려가 돼서 조심스레 먹은 기억.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호호... 요즘에 진짜 회에 홀릭인 건지 너무 만족스럽게 먹었다. 다만, 앞에 너무 맘에 쏙 드는 걸 먹었기에, 상대적으로 묻힌 게 아닐까 하는 ㅋㅋ 아, 그리고 연어알은 처음 먹어보는데, 톡톡 터지는 것이... 뭔가 예상했던 힘으로 씹기 아주 전에 터지면서 입안을 자극하는 게.. 모든 알은 다 맛있고나...




다음은 원래 소바인데 따뜻한 우동국물이 넘나 땡겨서, 살짝 요청했더니, 바꿔서 주심. 서버분이 괜찮았냐고 하시면서 대표적으로 나가는 우동이라고 말씀주시던데, 국물이 넘나 맛있었다는. 역시 회나 초밥을 먹은 뒤에 따뜻한 우동국물은 진리. 면은 살짝 뚝뚝했으면 좋을텐데, 내 취향보다는 살짝 무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배려해주신 덕분에 넘나 맛있게 먹었다는. 나중에 다른 우동 한 번 먹으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쓰고 있으니 갑자기 튀김 곁들인 우동이 먹고 싶군..




마무리는 아이스크림과 과일로..


서버 분들은 다들 너무나 친절했다. 식사 도중에 중간 중간 필요한 게 없는지 묻기도 하시고, 이것저것 요청하면 최대한 해주려고 하시려는 게 마음에 와닿았던.. 그리고 차도 메뉴 순서에 따라서 종류를 바꿔주시면서, 이렇게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본 것도 오랜만인듯. 이래서 굳이 돈을 들여서라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듦. 멤버십 할인도 있겠다, 앞으로도 종종 오지 않을까 싶음. 


특히나, 모모야마는 다른 라이벌 호텔들의 일식당에 비해서 여러가지로 밀리는 평이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다른 일식당들은 대체 어느 정도로 맛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너무 과소평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양도 많고 식자재도 좋은 것 같고.. 이번 연휴간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한끼였던듯. 어쩌면 올 해 들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끼가 아닐까 함.


이렇게 연휴 첫째날은 너무나 만족스럽게 지나갔다고 한다. 진짜 하루 마무으리는 그알을 보면서... 께속